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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이 때문에 죽음의 문턱까지 갔지만, 그래도 잘 낳았다 생각합니다. 2021-04-12 00:51:41
작성인 짠주부 조회 : 752   추천: 105

이런 사연은 태어나서 처음 남겨봅니다.

문장이 조금 어색하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서른 두살에 아이를 임신했어요.

임신 초기부터 침도 삼키지 못할 정도의 입덧으로 크게 고생했습니다.

먹은 것도 없는데 토하고 토하고 또 토하고...

화장실 변기까지 갈 기력이 없어서 쓰레기통에 토를 하는데 피로 반 정도 채웠습니다.

너무 괴로워서 교회 한 번 간 적 없는 제가 하나님께 기도했어요.

 

"제발.. 저를 죽여주세요."

 

그때 신기하게도 마음 속에서 어떤 음성이 들려오더라고요.

 

"열 달만 참으면 이 고통도 다 끝난다. 열 달만 참아."

 

그 음성에 기대어 피눈물 나는 10개월을 견뎌냈네요.

임신 후 인생 최저 몸무게를 찍고 우여곡절 끝에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이제 고생 끝이다! 싶었는데 세상에... 자궁이 파열되었습니다.

아이를 받아주신 의사선생님도 그걸 모르고 저희를 퇴원시키셨지요.

산후조리원에서 고통으로 끙끙 앓다 대학병원에 갔더니 자궁파열과 복막염이랍니다.

패혈증 이야기까지 나왔어요.

 

"저, 살 수 있나요?"

 

라고 의사선생님께 여쭈었더니

 

"요즘은 항생제도... 좋은 거 많으니까..."

 

하고는 더는 말씀을 안 하시더라고요. 

이렇게 내 인생이 끝나는구나... 라는 생각에 참 허무했습니다.

왜 남들 다 하는 임신, 출산이 나한테만 이렇게 가혹한 건지...

 

다행히 수술은 잘 되었고 오래 항생제를 투여한 끝에 저는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4살인 지금까지도 잘 살아있어요.ㅎㅎㅎ

아이와 눈이 마주칠 때면

 

'저것이 내 뱃속에서 나를 그렇게 토하게 만들었나..'

'요녀석 때문에 내가 요단강 투어까지 하고 왔지..'

 

하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납니다.

혼자 있을 때 입덧과 자궁파열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는데, 아이와 있을 때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웃고 있어요.

그냥.. 그냥.. 모든 점이 다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아이는 존재만으로도 축북이고 행복인, 작은 천사예요.

아이가 제 뺨을 쳐도 잘 먹어서 힘이 좋구나! 하는 딸바보 엄마가 되어버렸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간다고 해도, 다시 입덧과 자궁파열을 견디고 아이를 낳을 거예요.

이렇게 귀한 존재를 낳고 기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큰 보상입니다.

아이 낳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해, 우리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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